정신없었던 11월
11월에 업무 외 이벤트가 있었는지 돌아보니, 이번 달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우선 미국 대선이 있었죠. 정치나 경제적 분석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문화 체험적 관점에서 적을 만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캠프의 본부인 Palm Beach County Center가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 미국 본토 남쪽 끝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렇게 몰려 있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또한 제가 사는 지역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트럼프가 현재 거주 중인 Mar-a-Lago가 있고, 최근 2차 암살 시도가 있었던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 지역 주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묘한 문화적 충격을 느꼈습니다.
이 와중에 잠시 한국도 다녀오며 휴식도 취했습니다만,
아래에서는 이달 초 방문했던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 대해 조금 길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New Orleans 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
뉴올리언스는 루이지애나 주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로,
프랑스의 식민지로 시작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영국과의 전쟁 중
자금 마련 목적 및 식민지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결국 루이지애나를 헐값에 미국에 팔았죠.
당시 루이지애나는 미국 중서부 전체를 지칭했지만, 지금은 남쪽의 한 주만을 의미합니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 끝에 위치하여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도 미국 농산물이 세계로 수출되는 주요 통로입니다.
낮은 위도 덕에 기온이 따뜻하고, 자연 자원이 풍부해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Jazz(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 하면 역시 재즈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과거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이 많이 거주했던 곳이라,
그들의 소울과 미국 악기가 결합하여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 자리 잡았죠.
도시 어디를 가도 재즈가 흘러나오며, 특히 도심 유흥가에서는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져 있지만,
결국 재즈가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전문 재즈 바를 찾아가 몇 차례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비록 제가 재즈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차분하면서도 흥겨움과 슬픔을 동시에 전달하는 재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부한 해산물과 Beignet(베녜) 까지 겸비한 곳
또한, 바다를 접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빼놓을 수 없죠.
여러 인종의 요리법이 융합된 음식들은 누구에게나 만족감을 줄 만큼 훌륭했습니다.
짧은 일정 중 세 번이나 해산물을 먹었는데,
해산물 신선도에 예민한 편인 저도 생굴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사전 조사와 예약까지 도와준 동기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았던 유일한 뉴올리언즈 음식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영문명 Chef)에서 주인공들이 먹었던 카페 뒤 몽의 베녜(Beignet)인데,
공항부터 세 번이나 먹으며 감동했으니 말 다 했죠.
조금 더 철저히 준비하고 갔다면 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프랑스풍 도심과 외각의 늪지대 투어까지(악어!)
도시 분위기는 미국과 프랑스의 중간쯤 된다고 할까요?
이전에 세인트 어거스틴의 스페인풍 건물들을 깊은 인상으로 감상했던 터라,
뉴올리언스에서는 유럽 본토의 느낌이 조금 덜했지만,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나름대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런 활기찬 분위기는 다른 대도시급으로 가지 않는 이상 경험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플로리다의 한적함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여행 내내 도시의 인파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한참 덜하겠지만요.
도시의 활기와 고풍스러움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뉴올리언스가 제격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도시 외곽의 늪지대 투어(Swamp Tour)에 참여했습니다.
숙소 근처 호텔까지 셔틀이 와서 편안히 이동할 수 있었는데,
기사님이 도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굳이 별도의 버스 투어를 신청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늪지대에 도착한 후에는 보트를 타고 순환하며
악어, 라쿤, 멧돼지, 거북이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워낙 많이 와서인지 악어들도 이제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를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동물들의 사진을 찍으며 투어를 하다 보니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도심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지만,
틈틈이 하나라도 더 체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겠죠.
이제는 제가 집중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런 깨달음은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겠지요.
앞으로도 새로운 영감을 더 얻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더 움직이고 경험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