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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Augustine(세인트 어거스틴) 방문기 2

생각이 많은 2024. 12. 6. 20:50

여정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뭔가 피곤했는지 생각보다 더 늦게 일어나 겨우 아침 식사를 하고,

11시가 다 되어서 체크아웃했습니다.

이날은 비 소식이 있기는 했는데, 이게 웬걸 조금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차를 운전해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도심 남동쪽의 Bridge of Lions를 건너가면 등대와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이쪽으로 향했습니다.

비를 헤치고 운전해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거센 빗속에서도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차 안에서 바라보니 등대와 박물관도 대기 줄로 가득 찬 것 같아서,

굳이 무리하지 않고 차를 돌려 다시 다리를 건너 세인트 어거스틴 도심으로 복귀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으니까요.

 

세인트 어거스틴의 역사를 간직한 요새, Castillo de San Marcos National Monument

비가 계속 내리고는 있었습니다만,

곧 그치지 않을까 싶어서 바로 Castillo de San Marcos National Monument로 향했습니다.

어제 못 가봤던 그 요새입니다.

주차장이 혼잡하기는 했으나 조금 기다리니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요새는 1672년 스페인에 의해 지어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 중 하나입니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만, 첫 건축은 스페인이 한 것이기 때문에 스페인 양식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미국 본토보다는 아래쪽 섬들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기 때문에,

이 세인트 어거스틴은 해당 섬들로부터 북쪽으로 올라와

아메리카 본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남미 섬들에서 Gulf Stream을 타고 플로리다 반도를 따라 올라와

다시 유럽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이기도 하고요.

그 오래전부터 지리적 중요성을 깨닫고 요새화한 사람들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요새 덕분에 세인트 어거스틴 자체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이날 등대를 못 본 것은 아쉽지만, 타이밍이 맞게 요새 대포 시연 시간과 맞게 입장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특히나 요새에 올라가니 바로 비가 그치더라고요.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요새 1층에는 당연히 역사에 대해 설명이 되어있는데,

아래 군인들 복장 사진을 연대별로 정리해 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페인->영국->스페인->미국->미국 남부연맹->미국 식으로 소유권이 바뀌어왔음은 물론,

중간중간 아프리카 노예 출신 장군이 총지휘관을 하기도 하고,

기간 내내 해적에게 시달리기도 했다는 둥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밀덕들이라면 아주 좋아할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밀덕이 아니더라도 비가 그친 직후의 날씨와 요새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조합 덕분에

기분이 아주 상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첫 아메리카 본토 성당과 성모상

제가 천주교 성당을 나중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었죠.

과연 스페인의 아메리카 본토 첫 건설 도시답게,

성당을 세우는 것이 정착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중남미로 가면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예상이 되네요.

 

요새에서 15분 정도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성당과 그 일대가 보입니다.

우선 성당은 Prince of Peace Votive Church라는 곳으로 실제로 미사가 진행될 예정인 신식 건물 성당이었습니다.

들어가지는 못했고, 대신 옆의 Mission Nombre de Dios Museum에 방문했습니다.

실제 선교사들이 선교하게 된 배경이나, 관련 역사적 인물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크게 공원 식으로 조성이 되어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National Shrine of Our Lady of La Leche 으로, 우리말로 하면 성전(사원의 일종)으로,

천주교 건물이니 안에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작은 성당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500년대부터 지어진 것인데 아직도 문제 없이 말끔히 잘 보존되어 있네요.

 

또 하나는 Great Cross 입니다. 우선 크기가 엄청난 것에 한번 놀라고

그 주변으로도 천주교식의 종교적 의미를 가진 조형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인트 어거스틴 도심이 형성되기 전에는 이 곳 일대가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오는 랜드마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심 재방문 및 로컬식당에서 점심식사

다행히 비는 더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역시 많이 좀 걸었다고 배가 고파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심으로 다시 돌아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이날도 제가 3가지 식당을 찾아놓았는데요, 운이 좋게도 첫 번째 후보지 식당이 붐비지 않아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DJ's Clam Shack이라는 곳으로 랍스터 롤 등의 해산물 음식을 파는 곳입니다.

애초에 이 체인점이 플로에는 단 세군데에만 있는데 Key West, Orlando, St. Augustine입니다.

사실 5월에 가족들과 Key West에 갔을 때 한번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때는 너무 늦는 바람에 놓쳤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날은 운이 좋습니다.

 

몇 개 안 되는 미국 전역의 지점 중에서도 가장 평점이 높네요.

시켜 먹은 음식도 정말 제가 먹어본 랍스터 롤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음식을 빠르게 먹은 것이 문제인지, 혹은 이후 길거리에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문제인지

먹고 난 후에 속이 조금 불편했는데, 역시 욕심내서 과식하면 안 되겠습니다.

 

이제 일정이 슬슬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도보를 따라 남쪽으로 더 향해서 어제 트롤리를 타면서 보았던 광장 쪽으로 가봤습니다.

전쟁이나 군인을 기리는 조형물들이 많은 것은 좋았으나,

의외로 이렇게 오픈된 공간인데도 노숙자분들이 좀 계셔서 사진만 빨리 찍고 다음 목적지로 계속 걸었습니다.

 

연중무휴 전시관, Governor's House

광장 바로 옆에 Governor's House라는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실제 도시 행정 일부를 담당하는 곳인데, 1층은 박물관식으로 개방을 해놓았습니다.

 

연중무휴고 입장료도 받지 않아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

그래도 시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라 그런지

작은 규모에 비해 세인트 어거스틴의 역사를 잘 축약해 놓은 그림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가성비가 아주 좋은 구성인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젊은 성당, Cathedral Basilica of St. Augustine

이제 마지막 방문지 입니다.

Cathedral Basilica of St. Augustine이라는 천주교 성당입니다.

18세기에 세워진 다른 건축물 보다는 젊은(?) 성당 입니다.

실제로 미사도 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 관광지에서 성당을 개방해 놓기는 하는데 아마 똑같은 운영 방침이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에서도 유럽 분위기를 계속 느낄 수 있으니 참 좋은 도시인 것 같습니다.

성당 내부도 진짜 유럽에 온 것 같이 경건하고 차분하게 잘 꾸며놓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국의 유럽, 세인트 어거스틴 여정 마무리

이렇게 미국 내 근본 유럽 도시로 불리기에 충분한 세인트 어거스틴으로의 여정이었습니다.

비록 돌아오는 길 운전할 때 엄청난 피로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미국의 Hidden Gem을 찾을 때마다 느껴지는 만족감과 희열감은

계속 현지 탐방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물론 저 또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갔기 때문에 군데군데 놓친 장소들이 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하여 더 능숙하게 스페인과 미국의 오랜 향기를 즐기고 오고자 합니다.